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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갈피

갈 피
2020. 7. 24. 23:16
 
아침에 일어나 분주히 돈을 번 날이었지만 어느때와 같이 부지런하지 않은 모습으로 일을 끝날때 쯤에 정신을 찾은 느낌이었다. 오지도 않는 졸음 속에 버스에 앉아 졸린 척을 했다. 집에 와서 아침에 끓여 놓은 백숙을 먹었다. (무려 인삼과 대추, 문어까지 들어있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서 우적우적 씹고 있자니 근래 가지던 근심들이 쓸모 없게 느껴졌다. 
오늘은 꽃갈피에 가서 책을 읽으리라. 유튜브에서 헤어나와 쏜살문고의 단편선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득달같이 몸에 달라붙던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은 비가 올랑말랑 거세지 않은 바람만 불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5분 남짓에 이년전에 들었던 죠지와 코난그레이를 들었다. 지금 듣는 것과는 다른 기질의 음악이었는데 (당연히) 여전히 좋다. 때마다 듣던 노래를 저장하기 시작해서 지금 가장 오래 남아있는 리스트가 이년전인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지난 리스트를 듣는다면 매우 신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익숙한 듯 여전히 낮선 꽃갈피에 들어서고 사장님과 어색한 눈인사를 했다. 카운터 나란히 놓여있는 맥주병을 가만히 응시하며 커피를 주문했다. 평소보다 한산했다. 조용히 구석으로 가서 다리를 꼬았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책을 읽었다. 책속의 글에서 단어와 단어가 낮설게 어우러져 있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이책은 지혜랑 합정에 갔다가 들른 작은 서점에서 싼 가격에 혹해 산 책인데, 작고 얇은 책 속에 꽤나 알차게 글이 적혀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일 출근 전에 서점에 들러 다른 쏜살문고의 책을 하나 사겠지) --- 불편한 자세로 단편 하나를 읽다 보니 더 마실 커피도 없어 꽃갈피를 나왔다. 이곳에는 밖에 나와있는 하나의 테이블이 있는데 여름이 가기전에 이곳에 앉아 맥주를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