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8. 14:58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던 날씨 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삼십분 남짓의 시간 사이에 옅은 비가 내리다가 그치고, 비가 내리다 그치더니 다시금 거센 비가 내린 후에 또다시 그쳤다. 버스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오는 때에 거친 비가 내려서,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바지의 밑단이 모두 젖어버렸다. 아무도 없는 집안의 공기는 비가 쏟아지는 바깥의 공기 보다 습한 느낌이었다.
집으로 오는길에 유튜브에서 본 유시민님이 글을 쓰는 즐거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를, 글은 속에있는 나 혹은 나 아닌 것을 밖으로 내뿜는 일인데, 사실은 내뿜는 다는 느낌보다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정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깨닫는 수집과정을 통해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나는 이말을 고스란히 나를 대상으로 옮겨 생각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나의 취향이나 날의 기록인데, 나를 둘러싼 글을 쓰기 위해서 수집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나를 수집해야 할 것. 사실 일기를 통해서 보다 더 정확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결국 그 정확함에 가까워 지려면 글을 써내려가는 것 전에 나에 대한 수집을 염두하는 과정에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