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연한 시간에 일어나 눈뜬 자세 그대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6화를 틀었다. (오늘의 기상) 벌러덩 옆으로 누운 자세가 영원할 듯, 씻을 기세가 없었다. 거실에서는 아빠가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보기 어려운 광경.) 얼마 지나지 않아 구운 토스트를 접시에 담아 내 방에 가져다 주었다. 나는 오후로 넘어갈 때 쯔음 애인과 냉면을 먹을 예정이어서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평소에는 맛볼 수 없을 토스트 인 것을 감안하고 감사히 입에 넣었다. 이미 익숙한 드라마를 흘겨 보면서 외출준비를 하고, 요즘 제일 좋아하는 연한 베이지색의 셔츠를 입고 잠실로 왔다. 애인의 직장 아랫층, 북촌 손만두에서 냉면을 먹으러. 오분정도 뒤에 나온다는 애인의 연락을 받고 살생각이 전혀 없는 니코앤드의 옷을 구경했다. 정갈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단톤 바지를 연상하면서 나를 빗대어 감안해보기도 했는데, 예쁜....... 남의 옷이다. 애인과 웃으면서 냉면을 입에 넣고 코스로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애인과 상봉. 북촌피냉면과 만두를 먹었다.)
내가 같이 먹자고 떼를 썼고. 냉면을 정말로 먹고 싶기도 했고. 애인이 이사 이후 돈에 힘들어 하는 것같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내가 거지인 것은 애인에게 비밀이다.) 내가 사려고 했으나 애인이 냉면을 샀다. 왜 카드를 내미는 팔을 억지로 붙잡지 못했을까 속상해하던 찰나 애인이 냉면을 남긴 것에 덩달아 마음이 쓰였다. 애인은 냉면을 남기고, 가져온 스타벅스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이곳이 가장 맛있는 부분이라고(.....) 한입만 먹어보라고 해서 한입 베어 물었다. (맛이 없었다.) 마트 식탁에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서. 애인은 화가 난다. 화내지 말아야지. 를 반복했는데, 일이 많이 힘들다고 했다. 나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안쓰러운 마음에서 마냥 좋아보이는 말만 할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난다. 힘들다. 라는 말보다도 기분이 안좋다. 라는 말이 가장 먹먹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