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7. 23. 19:38
(일주일 내내 비가온다고) 책구경을 한답시고 광화문에 나갔다가. 바짓가랑이는 물론, 셔츠 밑단 까지 젖어 집으로 도망 온 날이었다. 이날은. 더 마시고 싶었지만 젖은 손으로 들고있기가 버거워 마시던 커피를 버렸고. 빈 마음을 채우고자 책을 사려고 했다만, 이미 좋은 책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만두었다. 몸의 반이 젖은 상태로 집에 돌아와 어지러운 방을 정리 하다가, 다시금 비어있는 곳부터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았다. 이어서 이미 온전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는데, 상대적으로 부족함이 잦은 나를 자책했다. 한 때에는 원하는 생활에 대해 구상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던 내가, 아직도 온전하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는 게 너무 슬펐다.
글을 쓰자 라고하는 다짐 에는 모르겠다라는 말습관을 가지고 있는 내가 조금더 알았으면 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어느날의 내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담고 있는지. 어느 반복 속에서 변화하는지 알고 이어 맞이할 날에 정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로 했다만, 나태한 습관만 반복하며 담아왔던 생각을 잊는다. (한숨) 글을 쓰는 것은 취미도 일도 아니고 생활이다. (생활이어야 한다.) 어쩌면 당연한 생활 방식의 범주 안에 글이 있었으면 한다. 오해 없는 정확한 글을 쓰고 싶다. 글로 무엇을 남긴다기 보다 글을 쓰는 와중에 나의 정확성을 다지고, 반복을 통해서 곧이어 생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