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미사에서 보냈다. 전날, 애인과 나누던 통화에서 (숨길 필요가 없는) 비밀을 주고 받았는데,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보고 싶은 마음에 미사로 갔다. 미사로 간 밤에는 잴 수 없는 행복을 느꼈다. (이때 느꼈던 행복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커질 것이다.) 지난 밤에는 몇시에 잠이 드는지. 몇시에 일어나야 하는지 혹은 일어 나는지 하고. 잠에 시간을 끼워넣어 가늠하곤 했었는데, 미사로간 이날 밤에는 그러지 않았다. 아침. 열한시 까지 출근해야하는 애인은 늦장을 부리다 잠실로 갔다. 나는 방에 혼자 남아 음악을 듣다가 (혹은 영상을 보다가) 배가 고파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세시에 맞춰 우리는 잠실에서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 나는 주인없는 빈방에서 애인이 그랬듯이 늦장을 부리다가 시간을 맞춰 나와 비오는길을 걸었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은 아니었는데, 바람이 불어 곧이 밑으로 내리지 않고 옆으로 빗겨 내렸다. (바지 밑단이 축축해졌다.) 정류장을 걸으면서, 비오는 어느날. 비오는 것을 좋아하는 애인과 맑은 날을 좋아하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떠올랐던 음악을 들었다. 잠실로 가는 버스안에서 졸았다. 약속한 시간에서 삼십분 앞 당겨 애인과 만나 카레를 먹었다. 카레를 좋아한다는 내 말에 애인이 같이 가자고 했던 카레집이었는데, 맛이 있지는 않았다. 나는 감자와 당근이, 특히 토마토가 들어간 카레가 더 좋다고 얘기할까 하다가 실없는 소리로 들릴 것을 알아서 관두었다. 이날은 약간의 일 이야기와 남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냐는 지혜의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카레를 먹고 나와 아랫층에 달콤 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달콤한 시간 되세요……) 그 자리에서 나는 올해의 목표가 건강한 몸과 나의 방이라고 애인에게 말했다. 정해진 식사시간이 끝나고 지혜는 이를 닦으러 나는 집으로 갔다. 마시던 커피를 들고 상봉역에 도착했는데 커피를 들고 버스를 탈 수가 없어 집까지 걸었다. 집에 도착해 잠시 몸을 뉘운뒤 역앞에 새로 생긴 높고 넓은 카페를 갔다. 나는 흐름대로 나열되어 있는 이 글을 쓰면서 앞으로도 날에 글을 써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